교수님, 소개팅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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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천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다.
동시에 전문대학 야간에서 사회복지실천론, 실천기술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현장에서 사회복지를 10년 이상 해왔고, 강의도 7년 이상 해오면서, 나름 잘 해오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학교 강의 중 한 학생으로부터 질문을 듣고 뒤통수를 한대 맞은 듯한 충격에 빠졌다.

"교수님, 소개팅 하실래요?"

혼기는 꽉 찼지만 혼자있는 노총각 강사를 향한 안타까움에 나이 많은 야간 대학생들의 맞선 제안은 흔치는 않았지만 없는 일도 아니었다.
본래 학생들과의 라포 형성을 위해 종종 자신을 낮추고, 우스개소리의 주인공을 자처하기도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했다.
물론 진짜 소개해 주려고 하면, 정중하게 거절하고 진짜 만나본 경우는 단 한번도 없다.

하지만 학생의 이어지는 말에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30살이구요, 시각 장애인 6급이에요."
"……"

나름 자기인식이 잘 되어 있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없다고 믿어왔었는데..
난 그녀들을 내 여자친구나 배우자로는 완전히 배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차라리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관없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관심을 갖기에 앞서 내 가슴은 '거부'하고 있었으며, 머리는 '거절의 핑계'를 찾기에 바빴다.
그리고 밀려오는 한심함..

내가 스스로를 믿고 있던 수용은 과연 이 정도였단 말인가?
도대체 얘는 무슨 생각으로 내게 그런 말을 한 것이었을까?
스스로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은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던가?

괜히 알지도 못하는 그분께 미안해지기도 했다.

복잡미묘한 감정의 혼란 속에서, 그냥 어떻게 넘어가긴 했지만...
지금도 그 한마디가 귓가를 맴돌며 나에게 자극을 주고 있다.

지금 당신에게 있어 "수용"이라는 단어는 얼마만한 크기인가?


2008/07/18 - [[정보] 복지 이야기/[福] 강의록정리] - 사회복지사의 자기인식 / 자세향상을 위한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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