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 의사소통] 고집불통 S할아버지를 대하는 ㅊ과장님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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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내가 사회복지사 초년생일 때의 경험이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효도관광을 다녀온 직 후, 경로당의 회장님인 S할아버지가 부르셔서 내려갔더니 이번 효도관광을 위해 걷은 회비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 하셨다.

효도관광을 준비하면서 현금 및 현물을 지역사회로부터 후원받아 행사를 준비하지만, 당시 후원금이 충분하지 못하였고, 관행적으로 일반 참여자를 대상으로 1만원의 이용료를 받아서 사업을 진행하였다. 물론 수급자는 무료로 진행하였다.

S할아버지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총상으로 한쪽 다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시는 분으로 국가유공자이셨다.
그분의 말씀은 국가유공자는 어디를 가도 입장료 등이 면제되는 등 나라에 세운 공헌으로 혜택을 받고 있는데, 수급자는 무료이면서, 왜 국가유공자에게는 이용료를 받느냐는 말씀이셨다.
할아버지의 표현을 빌면 "지가 게을러서 그런데 영세민은 공짜면서 왜 국가유공은 돈을 걷느냐?"였다.

담당자였던 나는 차근차근 복지관의 설립근거와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하여 수급자는 무료로 이용토록 하고 있는 근거를 설명드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막무가내였다.
역시 할아버지의 표현을 빌리면 "그런게 어디있노? 세상에 그런법이 어디있노?"였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할아버지는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나에게 점점 화를 내기 시작했고, 급기야 '1만원 낸 돈 돌려내라'는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답 없는 쳇바퀴 도는 식의 이야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는 구청에 가서 따져야겠다, 민원을 넣겠다는 얘기를 계속했고,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던 나 또한 대답은 바뀌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소리를 치시면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할아버지 그게 아니구요, 원칙이 그렇다구요"를 반복하고 있었다. 솔직히 속으로는 "구청에가서 민원을 넣으시든가요"가 목구멍까지 차올랐고, '국가유공으로 한달에 200만원 넘게 받으시면서 1만원 갖고 그러시다니...', '고집불통 영감 같으니라구'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도대체 나는 무슨 잘못을 하고 있었길래 이 S할아버지와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았던 것일까?

잠시 후 ㅊ과장님이 내려오셔서든 다시한번 S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고 계셨다.
그리고는 하신 말씀
"할아버님, 말씀은 잘 알아들었습니다. 효도관광이라는게 지역의 어른이신 분들을 모시고 가는 것인만큼 한분한분 다 존경받으시고 대우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한한 모든 분들이 별도의 비용없이 참석하실 수 있도록 해드려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르신들이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많은 경비가 필요한데, 그것은 모두 후원자들이 기부해주시는 후원금으로 마련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후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담당자가 많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비용을 모두 마련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녀오시는데 부족함이 없으려고 담당자가 많이 노력한 것은 알고 계시지요?
향후에는 국가유공뿐만 아니라 지역 어르신 모두가 무료로 효도관광을 다녀올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저희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제야 할아버지는 마음을 푸셨고, 이야기는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다.

물론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 기억을 재구성하였기에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진 않지만 내용은 같을 것이다.

사회복지를 배웠고 나름 잘 해낼 자신이 있다고 여겼는데, 그 순간은 정말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내가 뭘 잘못했고, 어떻게 어르신을 대해야하는지에 대해 내가 얼마나 잘 모르고 있었던가를 절감하는 순간!!
지금도 난 그순간을 잊을 수 없다.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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